18.08.21 낯설게 보기
- 백인경
- 2025년 7월 26일
- 2분 분량
너 타투 그거,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돈도 많이 들고 아픈 거 알지? 나이 들면 후회할 걸.
이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마음을 먹자 마자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타투를 새겼다. 목덜미에 자리 잡은 손바닥만한 연꽃. 5년이 지났지만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생 내 몸에 남을 무언가가 있어 쓸쓸하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를 쓴다고 하면 으레 왜? 라는 질문이 따라왔다. 이 한 글자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돈도 안 되는 거,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거, 그걸 왜? 처음 시를 썼을 땐 내가 예전에 힘들 때… 부터 시작해서 남들에게 시를 쓰는 타당한 이유를 설득시키려 노력했다. 시가 이렇게 이로운 거란다. 그 즈음의 나는 남들을 위한 시를 많이 썼다. 자, 다들 내 시를 읽고 힘을 내렴! 세상 풍파 다 겪어본 어른 흉내를 엄청 냈었다. 물론 그 시들은 교수님의 웃는 얼굴 앞에서 구겨지곤 했지만.
시를 왜 쓰는지 스스로 알게 된 것은 졸업 무렵이었다. 죽음이라는 화두에 대해 오래 생각했던 시기였다. 만약에 내가 갑자기 죽으면 내 컴퓨터 안에 있는 시들 모아서 유고 시집 만들어줄래?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심장이 쿵, 울렸다. 나를 남기기 위한 것.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영원하게 만드는 것. 그때부터 시를 쓰는 방법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제가 죽어도, 당신들이 죽어도 사람들이 제 시를 읽고 우리를 영원히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졸업 발표회에서 딸꾹딸꾹 울며 그런 말들을 했다.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이건 4년 전 바닷가에서의 즐거운 추억이 담긴 모래니까. 이건 걔가 나한테 처음으로 준 선물이니까. 심지어 방을 닦다 발견한 고양이 수염도. 모든 물건에 기억을 입혀 보관하기에 내 방은 과거로 가득 차있다. J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이 컵으로 술을 마셨지. P가 이 책 엄청 탐냈었는데. 맞아, 이 크리스마스 장식 고를 때 나 되게 외로웠었지. 그래서 내가 무심코 한 말을 기억해주는 사람을 유난히 좋아했다. 내가 흘린 아끼던 손수건을 주워주는 것 같아서. 나와 손을 잡았던 애인들은 모두 내 시 속에 있다. 거기에만 있다.
목덜미에 있는 내 타투는 두 개의 거울을 이용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그래서 쉬이 질릴 것 같진 않다. 요즘엔 가끔 한발자국 떨어져 내 시를 본다. 그 때의 나를 보듬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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