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경19.09.03 맥시멀리스트⠀19.09.03 맥시멀리스트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나는 '버리는' 행위 앞에서 늘 망설인다. 얼른 변명해보자면 쓰레기를 집안에 모아둔다는 건 아니고, 뭐든 이왕 버릴 거라면 끝까지 알차게 사용한 후 버리거나, 버리기 보다 어떻게든 활용할 수...
백인경20.07.27 내일의 날씨는 흐리다 떨림20.07.27 내일의 날씨는 흐리다 떨림 (글로소득 7월호에서 발췌) - 백작가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아침 열 시, 작업실 문을 여는 나를 향해 드리머 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초췌한 몰골로 대답한다. - 집에 동생이 와...
백인경20.06.27 바보들의 고백법20.06.27 바보들의 고백법 (글로소득 6월호에서 발췌) (중략) P는 아마 나의 우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 친구일 것이다. P 앞에서 나는 늘 둑이 터지듯 울 수 있었다. P는 내가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꼭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백인경19.05.10 냉정과 다정 사이19.05.10 냉정과 다정 사이 - 나 지금 가방 삐뚤어졌나 좀 봐줘. 오랜만에 멘 백팩은 아무리 어깨끈을 조절해도 자꾸 한쪽으로 흘러내렸다. 내 뒤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J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 가방이 아니라 누나 어깨가 삐뚤어졌는데? -...
백인경19.03.22 비밀번호 인사불성19.03.22 비밀번호 인사불성 서울에 온 지 일 년도 안 됐을 때, 여대에 다니던 사촌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방학 기간 기숙사에서 나가야 하는 데 일주일 정도 언니네 집에 묵어도 되냐고. 나 역시 고등학생 때 백일장을 핑계로 서울에 살던...
백인경19.03.01 J오빠 이야기19.03.01 J오빠 이야기 시인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J오빠를 말한다. J오빠 같은 사람이 여태 등단을 못했다면, 등단제도라는 건 적어도 내게는 의미가 없다. 그런 생각도 시집 출간을 결심하는 데 한몫했다. 그는...
백인경19.01.04 외로움의 기원19.01.04 외로움의 기원 초등학생 때 나는 그야말로 왈패였다. 사고를 자주 친 건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씩은 남자애들이랑 주먹다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키가 크고 성격도 괄괄해서 시비를 거는 남자애들이 많았다. 싸움을 걸어오는 애들을 피해...
백인경18.12.12 둘레 이야기18.12.12 둘레 이야기 둘레(around) 엄마의 원래 이름은 둘레다. 엄마 위에 있던 세 명의 언니들은 모두 이름에 ‘자’자 돌림이 붙었다. 아들이 귀한 집이라 아들(子)자를 쓴 이름이지만, 자야- 하고 부르기엔 꽤 다정스러웠을 것이다....
백인경18.10.10 곽쌤 이야기18.10.10 곽쌤 이야기 언니들은 첫 아기를 낳을 때 엄마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고 했다. 첫 시집을 준비하는 나는 요즘 곽쌤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곽재구 선생님께는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오히려 낯설다.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