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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6 곽쌤 이야기2

(섬진강변의 한 민물 메기 매운탕 집.)

(반찬이 놓인다.)


나: (수저를 놓으며) 저는요, 쌤. 제 책이 잘 팔리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한 권을 다 끝까지 읽어주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아요.

쌤: (너털웃음) 인경아, 나도 시집이 나오면 여기저기 책을 보내주지마는, 그 사람들이 전부 내 시집을 다 읽으리라고는 생각 안 한단다. 열 명 중 한 명만 읽어줘도 아주 성공한 거야. 누군가의 아깝고 소중한 시간을 시집에 할애하도록 만들고 싶으면 그만큼 흡입력이 있어야 한다. 몇 편 읽어봤을 때 가슴을 때리고 번쩍하는 게 있어야 하는 거야. 사람들이 만일 네 시집을 제대로 안 읽는다면, 몇 장 읽고 덮는다면 그건 누구 잘못이겠니?

나: (웃는다) 저요.


쌤: 시집을 내고 가장 중요한 자세는 부끄러움이란다. 이 시집은 나의 최선이야. 라고 한다면 그 이후에는 내리막길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항상 부족한 점을 깨닫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단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다음 번 시집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지. 시인에게 있어 시집은 항상 몸이 아픈 자식 같은 거란다.

나: ... (메기 살점을 헤집는다.)


쌤: 너한테는 내가 늘 미안한 마음이 컸지. S나 J만큼 많이 챙겨주지도 못하고...네가 항상 곽재구 쌤은 S랑 J만 좋아한다고 투덜거린 것도 다 알고 있다.

나: (심통이 나서) 근데 진짜 그러셨잖아요.

쌤: (웃으며) 녀석아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너가 1, 2학년 때 방황하는 동안 S랑 J는 열심히 쓰지 않았니?

나: (궁시렁) 저두 열심히 썼는데...

쌤: 너는 3학년 여름에 인도를 다녀오고 나서 시가 많이 늘었지. 그래서 아, 이 녀석 이제야 시 쓰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지.

나: (속으로 뜨끔. 3학년 여름 이후로는 제대로 연애를 하지 않았기 때문.) 아 그때 네. 열심히 했죠.

쌤: 아무튼 미안하다.

나: 근데 쌤이라는 컴플렉스가 있어서 제가 더... (멈칫) 독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쌤한테 인정받고 싶어서요.

쌤: 그래서 상도 줬잖니?

나: 네. 그 상 못 받았으면 저 탈진했을 것 같아요.

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 그런데 네가 후배들 데려다가 방에 가둬놓고 식빵 세 조각만 주면서 신춘문예 준비시켰다는 소문이 아주 감명 깊었단다.

나: (잠시) 쌤, 근데요.저 식빵만 준 거 아녜요. 잼도 줬어요.

쌤: (웃음이 터지심)


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시에서 자꾸 말하려고 하지 말아라. 시는 이미지로 표현해야 한단다. 진술은 딱 두어줄, 시 전체의 20퍼센트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진술이 이미지만큼의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처절하고 절실해야 한단다.

나: 그 얘기 저 스무 살 때도 하셨는데...

쌤: 그래. 계속했지.

나: (죄송스럽다.)(앞으로 더 열심히 쓸... 말하려다 만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날이 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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