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어린 동생은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칭얼거렸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던 복통 의사만이 증명해주었다 어머니, 얘는 지금 배가 고픈겁니다 약사가 알아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항상 얼어있던 컵 속에 물처럼 주머니 속에 넣은...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어린 동생은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칭얼거렸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던 복통 의사만이 증명해주었다 어머니, 얘는 지금 배가 고픈겁니다 약사가 알아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항상 얼어있던 컵 속에 물처럼 주머니 속에 넣은...
내가 좋아하는 과자 내가 좋아하는 과자는 달고 딱딱한 형태 앞니에 잘 끼이는 검정 입을 가리고 짓는 표정 나는 그걸 걔한테 주고 싶어 걔가 보고 있던 나를 본다 열대과일은 말리면 더 달콤해진다는데 본 걸 또 보고 있으면 점이 자꾸 커지는 것 같아...
⠀19.09.03 맥시멀리스트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나는 '버리는' 행위 앞에서 늘 망설인다. 얼른 변명해보자면 쓰레기를 집안에 모아둔다는 건 아니고, 뭐든 이왕 버릴 거라면 끝까지 알차게 사용한 후 버리거나, 버리기 보다 어떻게든 활용할 수...
20.07.27 내일의 날씨는 흐리다 떨림 (글로소득 7월호에서 발췌) - 백작가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아침 열 시, 작업실 문을 여는 나를 향해 드리머 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초췌한 몰골로 대답한다. - 집에 동생이 와...
20.06.27 바보들의 고백법 (글로소득 6월호에서 발췌) (중략) P는 아마 나의 우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 친구일 것이다. P 앞에서 나는 늘 둑이 터지듯 울 수 있었다. P는 내가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꼭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19.05.10 냉정과 다정 사이 - 나 지금 가방 삐뚤어졌나 좀 봐줘. 오랜만에 멘 백팩은 아무리 어깨끈을 조절해도 자꾸 한쪽으로 흘러내렸다. 내 뒤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J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 가방이 아니라 누나 어깨가 삐뚤어졌는데? -...
19.03.22 비밀번호 인사불성 서울에 온 지 일 년도 안 됐을 때, 여대에 다니던 사촌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방학 기간 기숙사에서 나가야 하는 데 일주일 정도 언니네 집에 묵어도 되냐고. 나 역시 고등학생 때 백일장을 핑계로 서울에 살던...
19.03.01 J오빠 이야기 시인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J오빠를 말한다. J오빠 같은 사람이 여태 등단을 못했다면, 등단제도라는 건 적어도 내게는 의미가 없다. 그런 생각도 시집 출간을 결심하는 데 한몫했다. 그는...
19.01.04 외로움의 기원 초등학생 때 나는 그야말로 왈패였다. 사고를 자주 친 건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씩은 남자애들이랑 주먹다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키가 크고 성격도 괄괄해서 시비를 거는 남자애들이 많았다. 싸움을 걸어오는 애들을 피해...
18.12.12 둘레 이야기 둘레(around) 엄마의 원래 이름은 둘레다. 엄마 위에 있던 세 명의 언니들은 모두 이름에 ‘자’자 돌림이 붙었다. 아들이 귀한 집이라 아들(子)자를 쓴 이름이지만, 자야- 하고 부르기엔 꽤 다정스러웠을 것이다....
18.10.10 곽쌤 이야기 언니들은 첫 아기를 낳을 때 엄마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고 했다. 첫 시집을 준비하는 나는 요즘 곽쌤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곽재구 선생님께는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오히려 낯설다.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