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전슈팅
도시의 참새가 다 자라면 비둘기가 된대
나는 다 자란 이야기를 피해 걷는다
겨우내 쪼아두었던 아스팔트가 출렁일 때쯤엔
어떤 악필도 아름다울 수 있대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닷물로 쓴 편지를 비둘기 발목에 묶었다
낯선 비둘기가 보이면 일제히 손으로 정수리를 가렸다
뱃멀미에 시달리던 이들이 게워낸 올리브 위로
부러진 잔가지가 무성하다
그것들이 뿌리내리기 전에 서둘러 비가 쏟아진다
거름 걸음 구름 고름
계속 읊조리다 처음을 잃어버린 단어처럼
파도가 발을 거는 게 이상하지 않다
난파선 속 조각난 흰 접시가 버스정류장까지 떠내려오고
비스듬히 담겼던 스프의 흔적을 쪼아대다가
옥상 위 빨래터는 소리에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쫓아내는 것과 쫓겨나는 것이 같은 소리를 낼 때
내가 본 것은 없었던 일이 되겠지만
몇 장의 돛에는 오늘도 부리 자국이 뚫리겠지만
다 자란 비둘기들은 어디서 죽는대?
가슴팍에서 날뛰던 벼룩들은 어디로 간대?
하고 묻자
죽은 비둘기를 반으로 가르면 잉크가 나온대
모든 깃털이 펜이 될 수는 없대
참새들 사이에 그런 소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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