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성분들

성분들



검은 봉지에 바게트를 담고 돌아왔다

그 집 빵은 오전에 다 팔린다더라

화병에 꽂아둔 푸른 바게트

밤에 바라보면 더 애틋해지는


그 날 거스름돈을 받았던가, 헷갈렸지만

벌써 나를 잊었을 것 같아

외투만 벗으면 괜찮아졌다

그것도 모르고


계산이 서툰 아이들은 때때로

제 손목에 바코드를 만들었지

도난경보기를 피해 걷다 실종되는 일

제 그림자를 술래 삼는 숨바꼭질

커튼만 치면 괜찮아질 텐데


이불 속에는 안 읽는 책들이 처박혀 있다


안 읽는 책들과


유통기한 지난 복숭아 통조림

거미 없는 거미줄

뒤집힌 청바지의 볼륨

잘못 온 독촉장

검은 옷을 입고 껴안은 흰 고양이


낡은 촛대를 지탱하는 푸른 촛농처럼

현관문 밖으로 무거운 택배 상자가 쌓여간다


나는 온갖 귀찮은 것들로 완성된다.

그거 우리 집에도 있는데

커튼 뒤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어린 동생은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칭얼거렸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던 복통 의사만이 증명해주었다 어머니, 얘는 지금 배가 고픈겁니다 약사가 알아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항상 얼어있던 컵 속에 물처럼 주머니 속에 넣은 손등이 붓는다 지폐보다 영수증이 더 많은 주머니 들어갔다 나오면 버섯향이 배는 그런 주머니 다른 말로는 혹이라고도

담론(fence)

담론(fence) 그날 쏟아진 것에 대해 우리는 의견을 나눈다 뜨거운 토마토 스프 그러기엔 핥아줄 게 없었고 이백이십 볼트의 유성우 그러기엔 어두웠고 찬장 속 세제가루 그러기엔 건조했고 서로의 신발 속에 넣어 둔 작은 돌 그러기엔 너무도 적나라한 그날 밤 우리가 뒤집어쓴 누명에 대해 뒤집어 입은 속옷에 대해 누군가 테이블을 밀치며 일어서자 밀봉된 탄산수 병

스프링클러

스프링클러 너 이후로 모든 비들이 상징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 밖으로 흘러가는 비 창문 안으로 들이닥치는 비 맞아도 되는 비 되도록 투명한 우산이 필요한 비 비가 되기 위해 내리는 비 비가 그쳤나 네가 창 밖으로 손을 뻗었을 때 옥상 난간에 내가 있었을 뿐 단순한 행위에 너무 많은 의미가 부여되는 건 너무 많은 잘못일까 단순한 오독일까 내가 지금 추락한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