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들
검은 봉지에 바게트를 담고 돌아왔다
그 집 빵은 오전에 다 팔린다더라
화병에 꽂아둔 푸른 바게트
밤에 바라보면 더 애틋해지는
그 날 거스름돈을 받았던가, 헷갈렸지만
벌써 나를 잊었을 것 같아
외투만 벗으면 괜찮아졌다
그것도 모르고
계산이 서툰 아이들은 때때로
제 손목에 바코드를 만들었지
도난경보기를 피해 걷다 실종되는 일
제 그림자를 술래 삼는 숨바꼭질
커튼만 치면 괜찮아질 텐데
이불 속에는 안 읽는 책들이 처박혀 있다
안 읽는 책들과
유통기한 지난 복숭아 통조림
거미 없는 거미줄
뒤집힌 청바지의 볼륨
잘못 온 독촉장
검은 옷을 입고 껴안은 흰 고양이
낡은 촛대를 지탱하는 푸른 촛농처럼
현관문 밖으로 무거운 택배 상자가 쌓여간다
나는 온갖 귀찮은 것들로 완성된다.
그거 우리 집에도 있는데
커튼 뒤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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