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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어린 동생은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칭얼거렸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던 복통

의사만이 증명해주었다 어머니,

얘는 지금 배가 고픈겁니다


약사가 알아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항상 얼어있던 컵 속에 물처럼

주머니 속에 넣은 손등이 붓는다


지폐보다 영수증이 더 많은 주머니

들어갔다 나오면 버섯향이 배는

그런 주머니

다른 말로는 혹이라고도 해

증명되지 않은 병들은 다 그렇게 불렸다


쉽게 상하는 것들은 투명한 봉지에 담겼다

얼음이 꾸는 악몽처럼

그것들은 삼켜도 삼켜도 배설되지 않고


오래 질겅거리던 말들을 뱉기 위해서는 한 장의 가능성이 필요해

용기를 내 푸딩과 콘돔을 샀다 이거라면

너도 이해할 것이다 선생님, 그러니까

얘는 지금 바지가 아픈 겁니다


허리띠를 풀면 어제들이 쏟아질 테다

나는 꾸깃꾸깃 추측되겠지만


딱풀로 영수증을 붙이며 식대를 지급해달라고 썼다

꾸덕꾸덕 마른 허기를 닫힌 병원 셔터 아래에 밀어넣고 나는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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