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
거기가 그렇게 좋으면 평생 거기서 살아
엄마는 갈 거야
그러던 엄마가 진짜로 사라졌을 때
별안간 어른이 돼버린 거지
여긴 내가 언젠가 엎어버린
밥그릇 속처럼
따뜻하고 살 만 해
그러니까 그냥 가
모서리가 없는 방에서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가란다고 진짜 가는 사람에 대해
사라지는 사람의 신발 밑창에 붙은
뭉개진 밥알에 대해
걔 집안에서 신발 신어
다 벗고 신발만 신고 있다고
어디가면 꼭 그렇게 말해줘야 해 알겠지
알겠어 근데
그러지 말지
그랬던 사람에 대해
검은 쌀을 씻어 흰 죽을 끓이는 동안
오래 머문 발자국처럼 배꼽이 깊어지고
열이 펄펄 끓도록 앓은 다음엔
벽이 더 단단해졌다
나는 자꾸만 방의 가운데로 갔다
가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벽에 기대면
벽이 녹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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