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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과자

내가 좋아하는 과자



내가 좋아하는 과자는 달고 딱딱한 형태

앞니에 잘 끼이는 검정

입을 가리고 짓는 표정

나는 그걸 걔한테 주고 싶어


걔가 보고 있던 나를 본다

열대과일은 말리면 더 달콤해진다는데

본 걸 또 보고 있으면

점이 자꾸 커지는 것 같아

계절보다 소매가 더 빨리 자랄 때

숙취는 어지럽게 발효되고


엉터리 레시피를 알려주어도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실패한 과자가 더 소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 생각하기로 한다

다시는 똑같이 만들 수 없거든


나의 유일함은 검은 반죽에 야광별을 잘라 넣는 것

차핑 차핑 차핑

자취를 남기기엔 물웅덩이가 너무 잦다

걔가 좋아하는 과자는 돌멩이처럼 야문 비밀

내 명치 속 금붕어는 걔가 다 키웠다


물고기의 언어로 걔는 내게 말한다

걔는 오늘 안 와

걔는 단 거 안 좋아해

걔는 너 시인이라고 생각 안 해

그래서 나는 주고 싶어

아직 아스팔트가 뜨거울 때


과자, 하고 말하면 어디? 하며 신발을 신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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