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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집

잘하는 집

- 너도 아는 그 집2



너 꼭 헤엄치는 것 같아

숨을 헐떡이며 물 밖으로 올라왔을 때

집이 또 낯설어졌다


가끔 너를 이해할 수가 없다

두루치기를 잘하는 집에서 생선 백반을 시키다니

헤어짐이 잦은 이 집에서 사랑을 말하다니


무쇠 후라이팬의 뚜껑은 덮여있다

여기로 이사올 때 내가 그래놓았다

닫힌 쇳덩이 속으로 해초가 일렁일렁 자라고


린넨 커튼에 눌러붙은 사과잼 향기

문지르면 파스스 바스라지는 허물

예전에 어떤 우리는

다 마신 와인의 코르크를 꽉 닫아 둔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우리도 그럴 것이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건 다르니까

몇 번이나 수몰된 이 집처럼


댐의 안팎처럼

문을 가운데 두고 같은 자세로 기대 앉는 게 사랑이다

손바닥에 벤 쇠냄새를 씻기 위해선 창을 열어야 한다

커튼이 출렁이다 범람하면

서로에게 찰흙으로 빚은 만두를 먹여줄 것이다

만두 속에서는 생선 가시가 나올 것이다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

배달원이 어항을 들고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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