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03 아가미의 흔적
- 백인경
- 2025년 7월 26일
- 2분 분량
수영을 배울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물속에 얼굴을 '처박는' 것이었다. 귀와 코에 물이 들어가는 게 두려웠고 죽을 것 같았다. 말하자면 범람 같은 것. 무언가 내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
이래서는 안 되겠어. 3년 전, 쿠바에서의 일정 중 절반이 해안가였다. 출발하기 전에 급하게 애인과 잠수를 연습했다. 코에 물이 닿는 걸 질겁했기 때문에 애인은 배영의 형식으로 나를 눕혔다. 유난히 큰 그의 손이 내 뒤통수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었지만 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귀를 꼭 막은 두 손조차 떼지 못했다. 내가 잡고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를 믿지 못하고 여러 번 실패했다.
쿠바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날, 그래서 나는 큰소리로 자랑하고 싶었다. 물속에서 눈을 떴을 때 찬란하게 아롱거리던 푸른 무늬와 다정한 물고기들, 이제 나도 이런 것들을 볼 줄 안다고. 거기서는 일주일 내내 한국과 통신이 끊겼었다. 한국 가면 꼭 말해줘야지. 한국에 도착하던 날, 우리는 싱겁게 헤어졌지만.
이별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영 강습 등록이었다. 귀까지 푹 잠기도록 얼굴을 처박고 스스로 물에 둥실 뜨던 기분을 아직도 기억한다. 호흡 조절을 못 해 레일을 한 차례 왕복하면 10분은 헐떡였다.
다이버들은 호흡으로 수심을 조절해요. 사실 뒤집어지거나 버둥거리지 않고 얼마나 물속에 가만히 있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가만히, 그냥 보고 즐기는 거요.
섶섬으로 가는 차 안에서 강사님은 그렇게 말해주었다. 제주에서는 이틀 연속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 강사님은 1m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내 상태를 체크해주었지만 나는 능숙한 척 했다. 귀가 아프면 자연스럽게 이퀄라이징을 했고 마스크 속으로 물이 들어왔을 때 빼내는 것도 익숙해졌다. 오면서 들은 이야기처럼 나도 호흡을 이용해 뜨고 가라앉고 싶어도 물 속에서는 언제나 심장이 빨리 뛰어 그러진 못했다.
너무 잘하시네요. 잔뜩 칭찬 받았지만 호흡기를 어찌나 꽉 깨물었던지 어금니와 턱이 얼얼했다. 이튿날이 되자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뻐근했다. 온 몸에 힘을 푸는 일은 아직도 어려웠다.
두번째 날엔 마스크 속으로 바닷물이 계속 들어왔다. 몇 번 푸르르 푸르르 물을 빼내다 나는 손날을 눕혀 얼굴 옆에 대고 흔들었다.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마스크에 자꾸 물이 들어와요. 더 꽉 조여주시면 안될까요? 강사님이 마스크 끈을 조절해준 이후로는 훨씬 편해졌다. 다이빙을 마무리하고 샵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는 말했다.
아까요. 마스크 끈이요. 헐거운 게 아니라 너무 조여있었어요. 적당히 텐션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꽉 조여 놓으면 표정을 조금만 바꿔도 물이 들어와요. 그래서 사실 끈을 조인 게 아니라 살짝 풀어드렸어요. 마스크는 물속에서 절대 안 떨어져요.
표정과 부력 사이의 적당한 탄력.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나른하게 조금 웃었다. 그랬구나.
둑이 터지듯 낯선 마음이 범람할 때, 어떤 말이 턱까지 차오를 때, 거기 잠겨 가만히 떠다니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감정에 언제나 당황해 버둥거리는 건 내 쪽이었다. 고래처럼 사랑하고 싶다! 그렇게 말하자 P는 막 웃었다. 파도가 변덕스러운 시절, 내 속의 물고기를, 수면 위에서 물을 뿜는 순간의 무지개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가 없다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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