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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3 향기로 실뜨기

겨울옷에는 냄새가 잘 밴다. 기억하기 좋은 계절이다.


겨울을 실감하고 싶으면 마노핀이나 델리만쥬가 있는 지하철역으로 간다. 고소한 빵 냄새와 따뜻한 커피 향이 나는 곳. 서울에 내 짐을 푼 건 2013년 1월이었다. 지하철이 낯설었고 외우는 노선은 딱 내가 출근하는 신림에서 잠실까지였다. 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바쁜 발걸음과 커피 향 사이에서 진짜 직장인이 되어버린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나는 후각이 예민하다. 아니, 냄새를 잘 맡는다기보다 이미지가 선명한 특정한 냄새에 민감하다. 후각은 정서적 기억과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져도 '여름 냄새'가 나지 않으면 여름이 아닌 것이다. 프리가 어렸을 적엔 목덜미에서 우유냄새가 났다. 거기 코를 묻고 눈을 감으면 달큰하고 부드러운 잠이 쏟아졌다. 토토 배에서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 나는 술을 마시면 항상 토토 배에 푸르르 푸르르 장난을 친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동아리 후배들이 향수를 선물해줬다. 만다리나덕 큐핑크.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향수가 다 닳을 때까지 매일 뿌리고 다녔으니 그건 내게 있어 '스무 살'의 향기였다. 서울에 올라오니 슬플 때마다 그리워졌다. 그 향기를 몇 달 동안 약처럼 찾아다녔다. 이미 단종되었다고 했다. 끈질기게 검색한 결과 해외배송으로 겨우 구매할 수 있었다. 몇 년 만에 그 스무 살의 향기를 다시 맡았을 땐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나와 만났던 애인들은 모두 불가리 블루를 뿌렸다. 어쩌면 그 향기 때문에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파란색만 봐도 눈물이 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쇼핑하다가 그 파란 병을 보면 웃는다. 내 손목에 직접 뿌리지는 않고, 시향지에 칙- 한 번 뿌려 주머니에 넣는다. 그러면 그 투명한 유령은 하루종일 내 손을 잡고 다니다가, 다음날이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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