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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4 저염식 슬픔

고등학생 때였는데 아빠가 하시던 사업이 망했거든요. 그때 이후로 집도 되게 어려워지고 많이 힘들었는데... 전 그때 '아 나도 드디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되게 철없었죠? 지난주 주말에 들었던 이야기가 지워지지...

18.12.07 P 이야기

역시 우리는 나쁜 짓을 하면서 친해진다. P와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친했지만 사실 단둘만 친한 건 아니었다. 네 명이 같이 다니는 무리 중 한 명이었고, 내 룸메이트는 다른 친구였다. 그러다 학년이 올라가고 P와 나는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18.11.30 서울이모 이야기

막내이모에게는 '막내이모'보다 '서울이모'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 이모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 투박하고 쨍쨍한 경상도 사투리 속에서 들려오는 이모의 매끈한 서울말이 어찌나 듣기 좋던지. 서울이모는 내가 아기였을 때,...

18.11.20 T 이야기

나는 첫인상을 잘 맞추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섣불리 인상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도 첫인상의 임팩트가 예사롭지 않을 땐 어쩔 수 없다. T에 대한 첫인상은 '뭐 저런 양아치가 다 있을까?’ 였다. T와 나는 입사 동기였다. 첫...

18.11.13 향기로 실뜨기

겨울옷에는 냄새가 잘 밴다. 기억하기 좋은 계절이다. 겨울을 실감하고 싶으면 마노핀이나 델리만쥬가 있는 지하철역으로 간다. 고소한 빵 냄새와 따뜻한 커피 향이 나는 곳. 서울에 내 짐을 푼 건 2013년 1월이었다. 지하철이 낯설었고 외우는...

18.09.10 옥상달빛

딱 이맘때였을 것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될 무렵. P와 나는 선선한 밤날씨를 즐기기 위해 캔맥주를 들고 기숙사 근처 초등학교 스탠드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실감 안 나지 않아? 이제 한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이라는 게....

18.09.04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나는 종종 애인에게 책을 읽어 주었다. 내가 만난 모든 애인들에게 그랬다. 시를 읽어 줄 때도, 소설을 읽어 줄 때도 있었다. 문학을 전공했던 애인은 시큰둥했고 공대 애인은 네가 쓴 거냐고 물었다. 운동을 좋아하던 애인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18.08.31 민 이야기

넌 왜 저런 애랑 같이 다녀? 열아홉, 망나니 중에 대마왕 망나니였던 시절. 누군가 나와 함께 다니는 민에게 그렇게 물었다고 했다. 민은 그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깔깔대며 하는 친구였다. 나는 처음에 민과 같은 반이 된 게 달갑지 않았다. 1학년...

18.08.21 낯설게 보기

너 타투 그거,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돈도 많이 들고 아픈 거 알지? 나이 들면 후회할 걸. 이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마음을 먹자 마자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타투를 새겼다. 목덜미에 자리 잡은 손바닥만한 연꽃. 5년이 지났지만 내...

18.07.15 돛대

대산, 만해, 마로니에, 새얼, 개천… 나는 지금도 내가 10년 전 원고지를 놓고 온 백일장을 줄줄 욀 수 있다. 눈 앞의 목표가 뚜렷했던 시절이었다. 입상, 그리고 대학. 그것만 해결되면 세상 모든 걱정이 사라질 것만 같던 때가 있었다....

19.09.03 맥시멀리스트

⠀19.09.03 맥시멀리스트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나는 '버리는' 행위 앞에서 늘 망설인다. 얼른 변명해보자면 쓰레기를 집안에 모아둔다는 건 아니고, 뭐든 이왕 버릴 거라면 끝까지 알차게 사용한 후 버리거나, 버리기 보다 어떻게든 활용할 수...

20.07.27 내일의 날씨는 흐리다 떨림

20.07.27 내일의 날씨는 흐리다 떨림 (글로소득 7월호에서 발췌) - 백작가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아침 열 시, 작업실 문을 여는 나를 향해 드리머 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초췌한 몰골로 대답한다. - 집에 동생이 와...

20.06.27 바보들의 고백법

20.06.27 바보들의 고백법 (글로소득 6월호에서 발췌) (중략) P는 아마 나의 우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 친구일 것이다. P 앞에서 나는 늘 둑이 터지듯 울 수 있었다. P는 내가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꼭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19.05.10 냉정과 다정 사이

19.05.10 냉정과 다정 사이 - 나 지금 가방 삐뚤어졌나 좀 봐줘. 오랜만에 멘 백팩은 아무리 어깨끈을 조절해도 자꾸 한쪽으로 흘러내렸다. 내 뒤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J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 가방이 아니라 누나 어깨가 삐뚤어졌는데? -...

19.03.22 비밀번호 인사불성

19.03.22 비밀번호 인사불성 서울에 온 지 일 년도 안 됐을 때, 여대에 다니던 사촌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방학 기간 기숙사에서 나가야 하는 데 일주일 정도 언니네 집에 묵어도 되냐고. 나 역시 고등학생 때 백일장을 핑계로 서울에 살던...

19.03.01 J오빠 이야기

19.03.01 J오빠 이야기 시인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J오빠를 말한다. J오빠 같은 사람이 여태 등단을 못했다면, 등단제도라는 건 적어도 내게는 의미가 없다. 그런 생각도 시집 출간을 결심하는 데 한몫했다. 그는...

트램폴린

트램폴린 내가 죽으면 어떨 것 같애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때 우리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넘어졌다 어떻게 끝내는 게 가장 아름다울지 죽어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마지막 자세를 고민했다 번갈아 가며 추락하다가 허공에서...

19.01.04 외로움의 기원

19.01.04 외로움의 기원 초등학생 때 나는 그야말로 왈패였다. 사고를 자주 친 건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씩은 남자애들이랑 주먹다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키가 크고 성격도 괄괄해서 시비를 거는 남자애들이 많았다. 싸움을 걸어오는 애들을 피해...

18.12.12 둘레 이야기

18.12.12 둘레 이야기 둘레(around) 엄마의 원래 이름은 둘레다. 엄마 위에 있던 세 명의 언니들은 모두 이름에 ‘자’자 돌림이 붙었다. 아들이 귀한 집이라 아들(子)자를 쓴 이름이지만, 자야- 하고 부르기엔 꽤 다정스러웠을 것이다....

18.10.10 곽쌤 이야기

18.10.10 곽쌤 이야기 언니들은 첫 아기를 낳을 때 엄마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고 했다. 첫 시집을 준비하는 나는 요즘 곽쌤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곽재구 선생님께는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오히려 낯설다.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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